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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MJOEN CHURCH

멋진 하나님의 사람, 맛깔나는 신앙생활, 흥겨운 성도의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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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그러게 말이다.
작성자 : 작성일 : 2024-03-03조회 : 9

그러게 말이다.’

서울 작은아버지 팔순 잔칫날이다. 교통체증으로 늦을까 하여 서둘러 출발했다

그런데 도로는 텅텅 비어있다. 황금연휴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즐기는 모양이다

식장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작은아버지를 만났다. 지팡이를 짚고 계셨지만, 거동에는 그리 불편함이 없어 보이신다

생사를 오가는 고비를 넘기실 때 찾아뵈었었다

그때는 간신히 의자를 잡고 힘겹게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몸 상태 셨다. 정신도 오라 가락 하셨다

기도를 해 드리면서 얼마 못 가시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 걸어 들어오신 것이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꽃샘추위로 인해 두툼한 장갑을 끼고 계셨는데, 내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으신다

나는 머리가 다 희어졌는데 작은아버지는 아직도 검으시니 나보다 젊으셔라며 농을 건넸다

빙그레 웃으시며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러시단다. 그 웃음 뒤에 눈가가 촉촉이 젖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장수하셨다는 소리를 들으셨던 할아버지보다 더 살고 계시니,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나신 것 같다

일찍 도착하였구나, 생각하고 작은아버지를 부축해 식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무슨! 우리가 제일 늦은 듯 보인다. 부지런도 떠는 집안이다

하기사 주인공은 언제나 맨 나중에 입장하는 법이다

먼저 도착한 친척들이 시간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들 있다

할 이야기들이 그리도 많았던지 연신 웃음꽃을 피운다. 별다른 내용도 아닌 것 같은데 그리 즐거운 모양이다

이것이 핏줄 아니겠는가! 사촌 이내의 친척들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많아 반가움 두 배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동시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꼬리를 문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자주 보아야 사촌 같은 친근한 사이가 된다

반면 오랜만에 보아도 매일 본듯한 정겨움을 느끼는 것이 진한 핏줄의 끈끈함이다

그러니 둘이 다 맞는 거다.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식들도 전한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작은아버지는 한사람이라도 더 기억에 담아두시려는 듯 모두를 둘러보신다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오 가지 않으셨을까

작은아버지는 중학교를 마치고 방앗간을 하고 계시던 서울 사촌 형님댁으로 올라가셨다

당시에는 어느 집이나 그러했듯이 우리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기에 일을 하러 가신 것이다

지금 중학교 졸업한 아이들을 보면 저런 나이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실하게 일하다 군대를 다녀오셨다. 제대하고 잠시 쉼을 갖고자 시골 고향 집에 들르셨었다

그때 뵈온 것이 작은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라 기억된다

연날리기하는 형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연을 만들 줄 모르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조카의 모습을 보시고는 읍내에 나가 재료를 사 오셨다

그러고는 형들보다 멋진 방패 연을 만들어 주셨다. 연을 날리며 얼마나 어깨가 으쓱했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그 기억은 내 인생 행복했던 추억의 한 장면으로 간직하고 있다

한번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로 기억되는데, 저수지에서 헤엄을 치다, 그만 너무 멀리 그것도 깊은 곳으로 들어갔었다

힘이 빠져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고 두려움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수영을 잘하던 작은아버지가 뛰어들어 건져주었던 기억도 난다

방학이 되면 아버지는 서울 구경하라시며 기름 방앗간을 하고 계신 작은아버지 댁으로 보내셨었다

남자는 서울도 혼자 다녀 보아야 한다며 말이다

버스를 여러 번 타고 물어물어 찾아가던 생각도 난다. 그 시절이 벌써 오십 년도 더 지났다

작은아버지가 팔순을 맞으셨으니 말이다. 자수성가하셔서 살림 기반도 여느 집 못지않게 든든히 세워놓으셨다

식사하시다 말고 식장을 한바퀴 둘러보시다 내 앞에 앉으셨다

팔십 평생 무엇을 하며 살아오셨어요? 여쭈니 돈 벌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어라고 쓸쓸하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벌어놓으신 돈을 얼마나 쓰셨는데요? 다시 여쭈니 몰라!”라고 짧게 답하신다

다 쓰지 못할 돈을 벌려고 왜 고생만 하셨어요? 쓸 만큼만 버시고 인생을 여유롭게 사시지 그러셨어요

그러게 말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음이 느껴진다

그리 사실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형편에 대한 회한과 그리 살걸!” 하는 아쉬움이 표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버지 형제분은 448남매다. 4남 중에 이제 작은아버지 한 분만 남으셨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이신다. 여기저기 집으로 돌아간다며 일어선다

잘 가라고 배웅하시는 작은아버지 손이 떨린다. 다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시나 보다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작은아버지 모습을 보며 나오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생은 그러게 말이다.”인가 보다.

 

사랑방이야기 제 502그러게 말이다.’

글쓴이 : 이 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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